2010/07/31 21:54

스쿠프 (2007) 올 어바웃 "브이"



 이 영화에서도 우디알렌의 유머와 수다는 빛이난다. 찌는 더위에 몸이 늘어지는 주말 오후, 맥주 한 캔을 들고 의자에 편안히 기대 이 영화를 보면서 실실 쪼갰다.


 영화는 한 유명 기자의 장례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그 기자는 죽음의 강을 건너고 있다. 그 곳에서 특종거리를 알게된 기자. 죽음의 강을 헤엄쳐 탈출을 시도한다. 특종을 위해서!



할아버지 많이 늙으셨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유머는 어디가지 않았다. 특유의 말솜씨와 재간으로 등장부터 웃음을 준다.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면서 카드 마술을 하는데 그 몸짓이 어찌나 귀엽던지.
 

표정도 너무 귀엽지 않은가? 특히 저 치아와 눈썹이 너무 개구지다.


영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장난.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이야. 심각한 장면에서도 저 말이 툭툭 던져질 때마다 피식거리면서 웃게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빛이 난다. 로맨스스러우면서도 스릴러같고 추리극 같으면서도 코믹한. 전적으로 우디알렌의 역할 시드니에게서 모든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심지어 산드라(스칼렛 요한슨)의 생일이라니까 오늘은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하면서 "너 맥너겟 좋아하니?" 하고 말하는 할아버지. 실제로 저런 아버지가 있으면 참 재밌겠다.


 타로 카드 연쇄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산드라는 피터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의 무죄 쪽으로 자꾸만 마음이 기운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는 시드니에게 산드라가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하고 시드니가 이를 말리고 조율하는 쪽이었지만 피터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산드라에게서 위험을 감지한 시드니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그녀를 회유하기에 이른다. 


그는 심지어 이렇게 영웅까지 자처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귀여워! 라고 생각하면서도 멋진 할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시드니가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인가! 하고 기대를 하며 맥주를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데 곧 웃음이 터질 일이 발생한다.



 역시 우디 앨런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빌어먹을 영국식 도로(!) 때문에 영웅이 되지 못한 시드니. 저 위의 사진 속 결연한 손짓을 보고 이 장면을 보니 참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도 터진 웃음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다보니 화면 캡쳐가 다 우디앨런만... 너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여주인공인 스캇렛 요한슨의 안경 낀 맹한 얼굴이라던가 완전 섹시하게 나왔던 휴 잭맨은 뒷 모습조차 나오지 않았다.

 내가 우디앨런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의도된 비틀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엮임과 그 속의 유머(정말 가벼운 툭툭 던지는 것들)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또 가장 큰 이유는 저런 시드니처럼 사랑스러운 찌질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말 여느 영화였다면 시드니가 산드라를 구해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위험에 처한 산드라를 향해 달려가는 시드니에게 "빨리!" 하면서 주먹을 쥐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저 할아버지는 저승길로...

 작년에 보았던 가장 재밌었던 영화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였다. 거의 텅 비어있는 영화관에서 홀로 앉아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지도 않으면서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느 블로거님이 알려주신대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시작된 씨네바캉스의 섹션 중 우디앨런의 여인들 이라는 것이 있는데 찾아보니까 보지 못했던 영화가 두개 있어서 그거 보러 가야겠다! 벌써 마음이 들뜬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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